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서 신경세포가 죽는 원인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병원체의 정체가 발병 전에는 몸 속에서 아무런 증상도 나타내지 않고 몇 년이고 잠복해 있는 슬로바이러스(slowvirus)로 추측했다. 그러나 그 후에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다른 해면상뇌질환(spongiform encephalopathy)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감염질환이 아니라 프리온(prion)이라는 색다른 병원체에 의해 발병한다는 증거가 나왔다.
프리온(prion)은 광우병을 유발하는 인자로 단백질(protein)과 비리온(virion: 바이러스 입자)의 합성어이며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 인자이다. 프리온은 포유류와 조류의 두뇌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는 무해한 단백질이다. 프리온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세포 내의 다른 정상 단백질들을 자신과 같은 이상 형태로 변형시키고 이들이 신경세포 내에 축적되면 그 독성으로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이 프리온에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이상 프리온에 감염되면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려 신경세포가 죽음으로써 해당되는 뇌기능을 잃게 되는 해면상뇌질환이 발생한다. 해면상뇌질환은 부검하면 두뇌 조직에 구멍이 숭숭 뚫려 해면과 같은 형태를 나타나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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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온은 사람의 경우 20번 염색체에 있는 PRNP 유전자에서 유래되는 단백질이다.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의 기능은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체 내에서 항산화물질의 기능,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리온은 신경세포 내에서 최소한 두 가지의 이형(conformation)으로 존재할 수 있다. 정상 상태의 프리온은 물에 잘 녹으며, 다른 구조의 이형인 단백질은 물에 잘 녹지 않으며 단백질 분자가 서로 쉽게 엉겨붙어서 단백질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정상 뇌조직에서 분리된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분해효소K로 처리하면 완전히 분해되지만 환자의 뇌조직에서 분리된 이상 프리온은 단백분해효소K에 분해되지 않는다.
이상 프리온이 위험한 이유는 자연 상태의 정상 단백질이 다시 접히도록 하여(refolding) 병적으로 엉겨붙는 단백질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 접힌(misfolding) 단백질 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신경세포 속에서 녹지 않는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 덩어리가 세포 기능을 저해하고 구조를 변형시켜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이상 프리온을 형성하는 돌연변이는 단백질의 알파 나선 부분(alpha helical region)을 베타 판(beta-pleated sheet) 구조로 바꾸어 이러한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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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서 발생하는 프리온에 의한 병으로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인커병(Gerstmann-Scheinker-Scheinker disease),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fatal familial insomnia), 쿠루병 (kuru disease) 등이 있다.
동물에서는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엘크나 사슴에 발병하는 만성 소모성 질환(chronic wasting disease), 양에 발생하는 스크래피(scrapi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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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몸 밖에서 들어온 프리온 단백질에 감염돼 걸릴 수도 있지만 이는 전체 사례 중 약 1% 이내이며, 대부분은 유전성 혹은 산발성으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산발성이 전체 발병 사례의 대부분인 85∼90%를 차지한다. 이 경우 변형된 이상 단백질이 맨 처음 발생하는 데 어떤 원인이 관여하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체가 늙어가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거나 단백질의 구조에 자연발생적인 변화가 일어나 변형 단백질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기도 한다.
전체 발병 사례 중 나머지 10∼15%는 가족 내에서 유전을 통해 나타난다. 유전성인 경우에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에 생긴 돌연변이가 우성 형질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달된다.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수혈, 인간의 성장 호르몬 치료제, 다른 사람의 각막 이식이나 경막 이식 등을 통하여 전염된 이상 프리온에 의하여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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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종의 동물 사이에 프리온이 전염된다는 사실이 실험실에서는 증명되었지만, 동물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인간에서도 프리온 질환을 일으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CJD에 걸린 젊은 환자들이 많이 보고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1980년대에 영국에서 키우는 소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해면상뇌질환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소의 해면상뇌질환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광우병, mad cow disease) 병원체인 프리온에 감염된 소고기의 섭취가 사람에서 CJD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의 환자들에서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poradic CJD)과는 증상과 경과가 약간 다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발병한다. 한국은 2001년에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여 예방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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